[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금융당국이 올 하반기 대형 밴(VAN)사를 상대로 일제 점검에 나선다. 밴사와 대형 카드가맹점 간에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행위를 원천 금지하는 법이 7월부터 시행되는 데 따른 조치다. 금융당국은 밴사와 대형가맹점이 법망을 피하려고 편법 수단을 동원하는지 여부를 유심히 들여다 볼 방침이다. 아울러 대형가맹점에도 밴사에 대가를 요구하는 건 불법인 만큼 주의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10일 여신업계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밴사와 대형가맹점 간 리베이트를 금지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이 7월 21일 시행됨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올 하반기 대형 밴사 16곳을 상대로 점검에 나선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점검을 통해 기존의 리베이트 수법을 수집하고 법 시행 이후 편법을 동원해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행위가 없었는지를 유심히 살펴볼 것”이라며 “점검을 계기로 업계에 리베이트로 제재를 당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기 위한 목적도 크다”고 말했다.
법이 시행되는 7월 중순부터는 밴사가 대형가맹점에 대가로 현금을 주거나 기존처럼 결제 인프라 시설을 깔아주는 행위가 모두 금지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리베이트 종류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면 업계가 편법 수단을 동원할 우려도 있어 개정안은 대가로 주고받는 모든 행위를 리베이트로 간주하는 등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며 “결제 단말기를 공짜로 깔아주는 것도 리베이트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법 시행 이전에 이뤄진 리베이트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법 시행 이후 밴사가 대형가맹점에 리베이트를 줬다면 당국의 제재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형가맹점이 밴사에 대가를 요구한 경우엔 직접 처벌하는 대신 검찰에 적발 내용을 전달할 예정이다.
밴 시장은 밴사와 대형가맹점 간에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행위가 10여년 넘게 이어지는 등 시장 왜곡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결제대행을 해주는 밴사의 수익은 카드결제 건수에 따라 달라진다. 건수가 많을수록 수익도 커진다. 수익이 많이 나는 대형가맹점을 유치하려는 밴사 간 경쟁이 치열했던 이유다. 대형가맹점은 우월적 지위를 내세워 밴사에 계약을 대가로 공공연히 리베이트를 요구해왔다. 업계에선 밴사가 쓰는 마케팅 비용의 70% 이상이 리베이트로 나간 것으로 추정한다.
한 밴사 관계자는 “밴 시장이 포화상태인 데다 밴사들의 서비스 수준도 비슷비슷해 경쟁수단이 많지 않다 보니 그동안 리베이트가 계약 성사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법이 시행되더라도 그동안 관행으로 굳어진 리베이트 행위가 당장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밴 협회 관계자는 “현재는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인 업체만 대형가맹점으로 보는데 정작 리베이트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프랜차이즈 본사는 대형가맹점으로 분류되지 않아 법을 피해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곧 법은 시행되지만 여전히 법에 허점이 있다”며 “지속적으로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용어설명 : 밴사
밴사는 일종의 카드사 도우미다. 카드사와 계약을 맺은 가맹점에 카드거래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컨대 고객의 카드한도를 확인해 거래를 승인할지 여부를 판단하거나 거래내용을 기록한 전표를 수집해 카드사별로 분류하는 따위의 일을 한다. 가맹점에 단말기를 깔아주는 것도 밴사 몫이다. 밴사는 이런 일을 한 대가로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